요즘같은 시대에는 어디를 가나 전화기부터 쳐다보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에 중독된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다. 그만큼 소통에 목말라있는 현대인의 모습일 수도 있고,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의 방증일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 거창하게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과잉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한 명의 소시민으로서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이란에서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폰을 개통한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이다.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은 유심칩이 없는 방식이었다. L사에서 나온 O모델은 빅뱅의 탑이 빠른 속도를 강조하며 광고했는데,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잊혀졌다. 물론 이 단말기로 여기서 통화까지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와이파이가 되는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이나 즐기려는 심산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두바이를 거쳐 테헤란에 도착하자마자, 안드로이드의 앱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는 먹통이었다. 그럼 그렇지. 유심칩도 없는 1세대 스마트폰에 뭘 바라랴. 그나마 이미 설치해놓은 앱이 작동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호텔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떠난 회사선배 집에 들어오면서 차츰 이란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아차, 전화기부터 하나 개통해야지. 현지 유심칩은 받아놓은 게 있으니까 단말기만 새 걸로 사면 되었다. 이란의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통신사가 주도가 되는 방식이 아니다. 단말기를 먼저 구입하고 기호에 맞는 통신사를 선택해 심카드를 사면 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단말기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쌌다.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은 갤럭시S Advance 모델이 835만 리알, 약 265달러 정도 되었다. 물론 갤럭시S 2의 보급형으로 이미 구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단말기를 따로 사려면 50만원은 족히 줘야할 테니까...

 

친절하게 사무실로 배달까지 온 단말기에 심카드를 끼웠다. 회사전화로 걸어보니 소리가 쩌렁쩌렁한 게 단말기는 내심 마음에 들었다. 빛의 속도로 느려지는 L사의 O모델에 지쳐 있었기에 월드's 베스트를 표방하는 S사의 모델을 써보고 싶었다. 이란의 까르푸인 하이퍼스타에서 HUAWEI라는 중국 스마트폰을 보고 싼 가격에 잠시 마음이 동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한국을 대표해서 와있는데 HUAWEI를 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 사람을 만나서 전화기라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지... 암, 잘 참았어. 흥분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이것저것 기능을 시험했다.

 

그런데 죽어도 구글 플레이가 실행되지 않는 것이었다. 구글 플레이 뿐 아니라 삼성이 자체 운영하고 있는 앱스토어도 실행되지 않았다. 불량품이 왔나? 불안한 마음에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았던 루팅을 시도했다. 다행히 인터넷에는 루팅하는 법이 많이 나와 있었다. 시키는 대로 다 해봤지만 왜 내 전화기에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몇 시간째 씨름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샀는데 앱을 깔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엘 클라시코 경기표를 어렵사리 구했는데 메시와 호날두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상황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하루종일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란에서는 안 되는 게 많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는데, 그럴 때는 쉽게 포기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안 되는 것은 대부분 인터넷, 모바일 등 통신과 관련되어 있다. 다음날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란 정부는 구글 플레이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앱을 다운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행히 대용 앱을 블루투스를 통해 받아 설치할 수 있었고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간신히 깔았다. 허탈했다. 우회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인샬라...

 

이란에서는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 뿐 아니라, 대부분의 블로그를 비롯해 차단된 사이트가 무척 많다. 검열 올림픽을 한다면 아마 메달권에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대중들은 그럴 수록 우회경로와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열을 피해간다. VPN이라고 불리우는 가상사설망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데, 지난 대선에서 정부는 VPN까지 차단해 선거기간 불지도 모를 자유의 물결을 사전에 막았다. 또한 광통신 인터넷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이란은 아직 ADSL 방식을 쓰고 있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가 생각보다 잘 터져서 가끔 놀랄 때도 있지만.

 

감추면 감출수록 더 보고 싶고, 하지 말라면 말수록 더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란 정부는 나름의 사정과 생활방식,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에 검열과 통제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외국인이 이란에서 통신을 할 때면 불편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는 페르시아고, 페르시아에서는 페르시아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따라야 할 테니까 불만은 없다. 그래도 구글 플레이 뚫는 법을 연구하다가 좋은 무료 VPN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큰 수확이다.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금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있으니까. 휴~ 정말 쉬운 게 없구나.

Posted by 페르시안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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